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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항공모함, 스페인의 솔깃한 제안에 넘어가 낡아빠진 항공모함을 사와 국제망신거리로 전락,해상전투기체 2022. 8. 14. 20:59
이번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항공모함에 대해서 알아볼 텐데요.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인 가장 작은 항공모함입니다. 보통의 항공모함들은 비행기를 싣고 다니면서 비행기를 이륙 또는 착륙시켜야 하기 때문에 매우 큰 크기를 자랑합니다.
미국의 대표 항공모함인 니미츠급과 포드급은 전장이 337m에 달하고 만재 배수량이 10만 톤이 넘는 만큼 육중한 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항공모함이 타국에 비해 큰 크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도 전장 283m에 만재 배수량이 7만 톤에 달하죠.
조금 더 작은 프랑스의 샤르 드골급 항공모함도 전장 261m에 만재 배수량이 4만 톤에 달합니다. 이보다 작다면 실질적으로 함재기를 제대로 띄우기 힘들고 탑재한다 해도 소규모로 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태국에 이보다 훨씬 작은 항공모함이 있습니다. 바로 차크리 나루에벳 항공모함인데요. 크기가 전장 182m에 만재 배수량이 1만 1천 톤입니다. 배수량 기준 니미츠급의 10분의 1입니다.
우리나라의 독도급 강습상륙함이 전장 199m에 만재 배수량이 1만 9천 톤인 것을 본다면 얼마나 작은 항공모함인지 알 수 있습니다. 크기만 보더라도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아닌데 태국은 어쩌다 이 항공모함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시기는 80년대로 다시 돌아갑니다. 태국은 과거부터 중립국을 유지해오며 많은 위기를 넘겼습니다. 주위 나라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있죠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고 언제든지 분쟁에 휘말릴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육상과 해상으로 많은 나라들과 인접해 있기에 국력을 키우고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지리적 특성상 해군이 매우 중요했고 태국은 해군을 증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다행히도 1980년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고 자금의 여유가 생겨 해군력을 보충하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소규모 부대의 상륙을 도울 수 있는 다목적 함의 도입을 검토합니다.lpd라고 불리는 도크형 상륙함으로 뒤에는 큰 갑판이 있어 다수의 헬리콥터를 실을 수도 있으며 선체에는 큰 격납고가 있어 상륙 부대를 탑승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1989년 독일 브레메 벌컨이라는 조선소와 배수량 7800톤 규모의 lpd 건조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해 11월 강력한 태풍이 태국을 강타했습니다.
7800톤 규모의 lpd 정도로는 이런 재난에 대비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헬리콥터도 운용 가능한 보다 큰 1만 톤 규모의 lpd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계약을 파기하고 스페인의 나반티아 조선소와 함께 계약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조선소가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비슷한 가격으로 경항공모함을 사가지 않겠냐고말입니다.
태국은 고민에 잠기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항공모함을 제안받았기 때문이죠.항공모함을 받아온들 그 위에 올릴 함재기조차 없는 태국이 제대로 운용하기 힘들다고 생각할때즈음 여기서 스페인이 결정타를 날립니다.
곧 퇴역하는 해리어 전투기 6개를 덤으로 준다는 것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군사 강대국도 없는 항공모함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에 그냥 구매를 결정해 버립니다.
항공모함은 패권국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었기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3억 3천600만 달러의 계약이 체결됩니다.현재 가치로 68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지만 항공모함 치고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죠.
항공모함 안에는 태국 왕실을 위한 별도의 선실도 있었기 때문에 태국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1997년 태국은 14번째 항공모함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역해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온갖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항공모함을 지킬 구축함이나 호위함이 없었습니다.
구축함은 하나도 없었고 호위함도 수가 적었습니다. 항공모함을 지킬 배가 없이 항공모함만 덩그러니 있었던 것입니다. 항공모함에는 자체적인 방어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혼자 작전에 투입된다면 큰 표적일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항공모함의 기본적인 방어 무장과 함체 시스템을 다 빼고 인도받은 것이었습니다. 태국의 재정 상황상 한 번에 구매하기 힘들어 순차적으로 구매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해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와 더 이상의 방어 무장과 주요 기반 시스템을 구축할 수가 없게 됩니다. 방어 무장과 시스템 설비 비용조차 없던 태국은 구축함과 같은 추가 호위함을 도입하기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배가 워낙 작다 보니 함재기 운용이 어려웠습니다. 해리어기가 수직 이착륙기이긴 하지만 너무 크기가 작아 함재기를 10대도 채 운용하기 힘들었습니다.
어영부영 시간은 흐르고 그나마 받아온 해리어기도 너무 구식이였기 때문에 2006년에 퇴역하고맙니다.결국 지금은 8대 정도의 헬리콥터를 탑재해서 운용 중입니다.
함재기 이륙을 위해 만든 스키점프대는 이제 쓸 일도 없게 되었죠. 호위함도 함재기도 없는 이 배는 항공모함으로서의 작전이 불가능했습니다.
지금 차크리 나로에벳 항공모함은 항공모함으로서의 임무보다는 재난재해 구호 임무를 비롯한 거대한 상륙함의 임무를 하고 있습니다.
매달 하루씩 훈련에 참가하긴 하지만 그 밖에는 태국 왕가의 탑승 행사에 쓰이는 정도이기 때문에 크기만 큰 왕실 요트가 아니냐며 국제적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처음 기대와 달리 국력 증강에는 아무 효과도 내지 못했으니 민간용 배를 6천800억 원 주고 사온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앞뒤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구매한 대참사였습니다.
태국의 항공모함은 많은 나라들에게 무기 도입의 신중함을 각인시켜준 본보기가 되고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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